그 시절, 강사로서 가슴에 묻어둔 뒷이야기
웹툰 4컷 뒤에 숨겨진 180일간의 기록과 지금 돌아보는 단상
01. 2021년 늦가을, 수강 신청서 마지막 줄
민우 님이 부트캠프 신청서 자기소개 란에 남긴 글은 단 세 줄이었습니다. "15년 동안 인쇄소에서 조판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. 세상이 디지털로 바뀌며 일자리가 사라졌고, 마흔 살에 아내와 일곱 살 딸아이 손을 잡고 이 교실 문을 두드립니다."
첫 3주 동안 그는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. TypeError: Cannot read properties of undefined 한 줄 앞에서 식은땀을 닦으며 1시간 넘게 멍하니 서 계시곤 했습니다. 주위 20대 수강생들이 깃허브 잔디를 채우고 리액트 훅을 자유자재로 다룰 때, 민우 님은 늘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었습니다.
02. 새벽 2시 14분, 슬랙으로 날아온 파일 하나
어느 날 새벽, 잠결에 울린 슬랙 알림을 열었습니다. 민우 님이 직접 손으로 그린 공책 12장의 사진이었습니다.
모니터 속 자바스크립트 비동기 프로미스(Promise / async-await)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, 식당 손님 주문표와 배달 주문으로 직접 손 필기하며 상자를 이어붙인 그림이었습니다.
그 공책 사진 아래 덧붙여진 짧은 메시지. "선생님, 뇌가 굳어서인지 이해가 더딥니다. 그래도 포기는 절대 안 합니다. 딸한테 아빠가 해내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." 침대에서 그 메시지를 읽으며 불을 켜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. '이 분은 내가 어떻게든 현업으로 보내야겠다'는 오기 반, 존경심 반이 차오르던 순간이었습니다.
03. 지금 돌아보며: 기술보다 먼저 자라는 것
현재 민우 님은 3년 차 프론트엔드 리드 개발자로 어느새 후배들을 이끌고 계십니다. 가끔 학원으로 커피 쿠폰을 보내오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. "선생님, 신입 면접 볼 때 알고리즘 점수보다 그 새벽에 선생님이랑 끝까지 에러 잡았던 그 끈기 얘기를 회사에서 제일 좋게 봐주셨더라고요."
강사 생활 6년 동안 수많은 합격과 탈락을 보았습니다. 코딩은 머리로 하는 줄 알았는데, 버티는 힘은 결국 가슴에서 나오더군요. 지금 불안감에 떨고 계신 늦깎이 취준생, 비전공자 여러분께 이 썰을 바칩니다.
비전공자 초기에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: "에러 메시지를 친구로 대하기"
많은 입문자가 터미널의 붉은 텍스트를 보면 '내가 또 틀렸구나'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힙니다. 하지만 현업 시니어 개발자도 하루의 절반은 에러 메시지를 읽습니다. 에러 메시지는 컴퓨터가 당신에게 건네는 가장 친절하고 구체적인 내비게이션입니다.
에러의 마지막 2줄만 구글에 검색해 보기
왜 안 되는지 한국어로 한 줄 요약해 보기
러버덕 디버깅으로 상황 소리 내어 말하기